산과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국립공원을 방문해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지리산과 설악산처럼 높은 산을 품은 곳도 있고, 한려해상처럼 섬과 바다가 어우러진 곳도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국립공원을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가는 여행지로 생각하지만, 국립공원이 만들어진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연을 보호하고 그 가치를 오래 이어가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나라의 국립공원 제도는 언제 시작되었을까요? 그리고 수많은 산과 자연지역 가운데 일부 지역을 특별히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도의 시작과 변화, 그리고 오늘날 국립공원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도는 1967년 시작됐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역사를 살펴볼 때 중요한 해가 1967년입니다.
1967년 3월 3일 우리나라에서 「공원법」이 제정·시행되었습니다. 당시 법에서는 공원을 국립공원·도립공원·도시공원으로 구분하고, 국립공원을 우리나라의 풍경을 대표할 만한 수려한 자연풍경지로 규정했습니다.
당시 공원법의 목적에는 자연풍경지를 보호하는 것뿐 아니라 국민의 보건과 휴양, 정서생활에 기여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었습니다.
즉 국립공원은 자연을 사람의 손길에서 완전히 떼어놓기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보전과 이용 사이에서 자연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지키기 위한 제도적 공간으로 출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국립공원은 지리산이었다
공원법이 만들어진 해인 1967년 12월 29일, 지리산이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습니다.
지리산은 전라남도와 전북특별자치도, 경상남도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산악지역입니다. 천왕봉을 비롯한 높은 봉우리와 깊은 계곡, 넓은 숲을 품고 있으며 오랜 세월 사람들의 생활과 신앙, 역사와도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따라서 지리산의 국립공원 지정은 단순히 경치 좋은 산 하나를 관광지로 지정했다는 의미와는 다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자연지역을 국가 차원에서 보호하고 관리하는 제도가 실제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후 여러 지역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보호 대상도 산악지역에서 해상과 해안, 역사·문화경관 등으로 넓어졌습니다.
국립공원은 산만 보호하는 곳이 아니다
'국립공원'이라고 하면 먼저 높은 산과 등산로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자연환경은 상당히 다양합니다.
지리산·설악산·북한산처럼 산악경관을 중심으로 하는 곳이 있는 반면, 한려해상처럼 수많은 섬과 바다가 어우러진 곳도 있습니다. 태안해안처럼 해안 생태와 지형이 중요한 곳도 있고, 경주처럼 역사·문화적 가치가 매우 큰 지역도 국립공원에 포함됩니다.
따라서 국립공원을 이해할 때는 단순히 '경치가 아름다운 산'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숲과 계곡, 바다와 섬뿐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생물과 오랜 세월 형성된 역사·문화적 가치까지 함께 바라보아야 합니다.
보호하면서 이용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국립공원에는 매년 많은 사람이 찾아옵니다.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사람들의 출입을 모두 막는 것이 가장 간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립공원은 그렇게 운영되지 않습니다.
탐방로를 만들고 대피소와 탐방안내시설 등을 운영하면서 사람들이 자연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훼손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출입을 제한하거나 복원하는 방식으로 관리합니다.
실제로 국립공원에는 탐방로뿐 아니라 대피소, 야영장, 생태탐방원 등 여러 탐방시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국립공원의 중요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연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용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국립공원을 방문할 때 지정된 탐방로를 이용하고 출입통제 구역에 들어가지 않는 것도 이러한 보전 방식에 참여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곳에서 시작해 23곳으로
1967년 지리산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이후 꾸준히 확대됐습니다.
그리고 2023년 12월 팔공산이 우리나라 제23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습니다. 팔공산은 대구와 경북 여러 지역에 걸쳐 있는 산악형 국립공원입니다.
첫 국립공원이 만들어진 지 반세기가 훨씬 지난 지금,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산뿐 아니라 바다와 섬, 해안과 역사문화 공간까지 다양한 자연·문화환경을 보호하는 체계로 발전했습니다.
숫자가 늘어났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립공원을 바라보는 관점도 함께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존하는 데서 나아가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역사와 문화까지 함께 지켜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국립공원을 여행할 때 한 번쯤 생각해 볼 것
국립공원을 방문하면 정상이나 유명한 명소에 먼저 관심을 갖기 쉽습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여행이 더 흥미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곳은 왜 국립공원이 되었을까?
이 산에는 어떤 동식물이 살고 있을까?
오래된 사찰과 문화유산은 자연환경과 어떤 관계를 맺어 왔을까?
같은 국립공원이라도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바라보면 각각의 장소가 가진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설악산과 지리산이 다르고, 한려해상과 태안해안이 다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국립공원은 단순히 경치를 보는 장소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자연과 그 속에서 이어져 온 생활과 문화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마무리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도는 1967년 「공원법」 제정과 같은 해 지리산의 첫 국립공원 지정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이후 국립공원은 산과 숲뿐 아니라 바다와 섬, 해안과 역사·문화적 가치까지 아우르는 보호 공간으로 확대되어 왔습니다.
국립공원이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풍경을 여행할 수 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자연을 다음 세대도 볼 수 있도록 보호하고 관리한다는 의미가 더 중요합니다.
앞으로 이어지는 글에서는 우리나라 곳곳의 국립공원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각 공원이 어떤 자연환경과 역사, 그리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참고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공원법」 제정 당시 법령 — 1967년 공원법 제정일과 당시 국립공원의 법적 정의 및 제도적 목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공원법」 제정·개정이유 — 우리나라 공원제도 도입 당시의 취지와 주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국립공원공단 지리산 관련 자료 — 지리산이 1967년 12월 29일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국립공원공단 팔공산국립공원 — 팔공산의 제23호 국립공원 지정 및 기본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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