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재는 도구가 바꾼 하루, 해시계에서 스마트워치까지

오늘날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시간을 확인합니다. 스마트폰을 켜거나 손목시계를 보고,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약속 장소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누구나 정확한 시각을 확인하며 생활한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시계가 널리 사용되기 전에는 해의 위치와 낮과 밤의 변화처럼 자연의 흐름이 중요한 시간 기준이었습니다.

시간을 측정하는 도구가 발전하면서 달라진 것은 시계의 모습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하루를 계획하고 함께 생활하는 방식도 점차 달라졌습니다.


자연의 흐름으로 시간을 알던 시절

정확한 시계가 없던 시대에도 사람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시간을 짐작했습니다.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해였습니다. 해가 뜨면 하루의 활동을 시작하고, 해의 위치를 살펴 낮의 흐름을 짐작했으며, 해가 지면 많은 활동을 마무리했습니다.

농경사회에서는 시각만큼 계절과 절기도 중요했습니다. 농사를 언제 시작하고 수확할 것인지는 하루의 몇 시인가보다 계절의 변화와 날씨에 더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즉 과거의 시간은 오늘날처럼 분과 초로 세밀하게 나누어 관리하기보다 자연의 변화와 생활의 흐름 속에서 이해하는 시간에 가까웠습니다.


조선의 해시계, 앙부일구

조선시대 시간을 측정하는 데 사용된 해시계 앙부일구
출처 : 국가유산포털

시간을 좀 더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도구가 해시계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앙부일구(仰釜日晷)라는 해시계가 사용됐습니다. 이름 그대로 하늘을 바라보는 솥과 같은 오목한 형태가 특징입니다.

햇빛으로 생기는 그림자의 위치를 이용해 시각을 확인하는 원리였습니다. 국립고궁박물관에는 조선시대에 제작된 금속제 앙부일구도 소장되어 있습니다.

오늘날의 시계와 비교하면 단순해 보이지만 태양의 움직임을 이용해 시간을 측정했다는 점에서 당시의 과학기술을 보여주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다만 해가 없는 밤이나 날씨가 흐린 날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밤에도 시간을 알 수 있었던 자격루

조선시대 물의 흐름으로 시간을 측정했던 자격루
출처 : 국가유산포털

해시계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었던 것이 물시계였습니다.

조선 세종 때에는 장영실 등이 제작에 참여한 자격루(自擊漏)가 만들어졌습니다. 1434년부터 표준시계로 사용된 자격루는 물의 흐름을 이용해 시간을 측정하고 정해진 시각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장치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해시계가 햇빛이 있을 때만 사용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물시계는 밤에도 시간을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국립고궁박물관 역시 옛날에는 주로 해시계와 물시계를 이용했으며, 물시계는 물의 증가량이나 감소량으로 시간을 측정하기 때문에 24시간 작동할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시간을 재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정해진 시각을 여러 사람에게 알려준다는 것은 사회가 같은 시간 기준을 공유한다는 의미도 있었습니다.


기계식 시계가 들어오면서 달라진 시간

근대에 들어 기계식 시계가 점차 보급되면서 시간을 확인하는 방법도 달라졌습니다.

태양이나 물의 흐름을 관찰하지 않아도 시계의 바늘을 통해 시간을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근대적인 학교와 공공기관, 공장, 철도와 같은 시설이 확대되면서 정확한 시간의 중요성도 더욱 커졌습니다.

몇 시에 일을 시작하고, 몇 시에 수업을 하며, 언제 열차가 출발하는지를 여러 사람이 같은 기준으로 맞춰야 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자연의 흐름을 짐작하는 기준에서 점차 사회생활의 약속과 일정을 맞추는 기준으로 변화했습니다.


손목시계에서 스마트워치까지

손목시계에서 스마트워치로 변화한 현대의 시간 측정 도구

시계가 작아지고 휴대하기 쉬워지면서 개인이 언제든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특히 손목시계는 시간을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게 해준 대표적인 생활용품이었습니다.

이후 디지털시계와 전자시계가 등장했고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더욱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 시대에도 손목시계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스마트워치로 발전하면서 시간뿐 아니라 일정과 알림, 운동 기록 등 여러 정보를 손목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시간을 알려주던 도구가 이제는 하루를 관리하는 도구로 역할을 넓힌 것입니다.


시계가 바꾼 것은 하루의 기준이었다

앙부일구와 자격루, 기계식 시계와 스마트워치는 모습도 원리도 서로 다릅니다.

하지만 모두 한 가지 필요에서 출발했습니다.

시간을 알고 다른 사람과 그 기준을 공유하려는 것입니다.

시간을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은 약속과 업무, 교통과 학습 등을 일정한 시각에 맞춰 계획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시계의 역사는 단순한 기계의 발전사라고만 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하루를 나누고 계획하며 다른 사람과 시간을 맞춰 살아가는 방식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보여주는 생활문화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계절과 날씨에 적응하기 위해 사용했던 한국의 생활도구와 그 안에 담긴 생활의 지혜를 살펴보겠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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