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전기가 없던 시절에는 다림질 방법이 전혀 달랐습니다. 뜨거운 숯불을 이용해 다리미를 데우고, 옷감이 상하지 않도록 열의 세기까지 사람이 직접 살펴야 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다리미가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사용됐다는 사실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다리미 유물은 신라 천마총과 백제 무령왕릉에서도 발견됐습니다.
작은 생활 도구 하나에 오랜 의생활의 역사가 담겨 있는 셈입니다.
삼국시대에도 다리미가 있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다리미를 옷이나 피륙의 구겨진 주름을 펴는 기구로 설명합니다.
전통적인 다리미는 밑이 평평한 금속 그릇에 자루가 달린 형태로, 안에 숯불을 담아 열을 얻는 방식이었습니다. 한자로는 울두(熨斗) 또는 화두(火斗)라고도 불렸습니다.
특히 백제 무령왕릉에서는 청동다리미가 출토됐습니다. 전체 길이가 약 49cm인 이 유물에는 출토 당시 흰 모시 천 조각도 붙어 있어 실제 생활에서 사용되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따라서 숯다리미는 단순히 근대의 옛 생활용품이 아니라 훨씬 오래된 한국 의생활과 연결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숯불의 열을 이용했던 다림질
전통 다리미를 사용할 때 중요한 것은 불과 열을 다루는 일이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과거 한국에서 옷의 주름을 펼 때 다리미에 숯을 올려 뜨겁게 하거나, 화로에서 데운 인두를 함께 사용했다고 설명합니다. 다리미가 닿기 어려운 부분에는 끝이 뾰족한 인두가 유용했습니다.
오늘날처럼 온도를 숫자로 설정할 수 없었으므로 옷감과 열의 상태를 살피는 경험도 중요했습니다. 지나치게 뜨거운 상태에서 여러 번 문지르면 옷감이 손상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습을 생각해 보면 과거의 다림질은 단순히 기구를 움직이는 작업이라기보다 불과 옷감을 함께 다루는 생활 기술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기가 들어오면서 다리미도 달라졌다
전기의 보급은 다리미의 구조를 크게 바꾸었습니다.
숯불을 넣어 열을 얻던 방식에서 벗어나 내부의 전기열로 바닥을 데우는 전기다리미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도 전기가 들어온 뒤 전기열로 밑바닥을 데우는 전기다리미가 사용됐다고 설명합니다.
전기다리미는 사용할 때마다 숯과 불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큰 변화였습니다.
이후 제품에는 온도 조절 기능이 더해졌고, 옷감에 맞춰 열을 조절하기도 쉬워졌습니다. 다림질이라는 일은 점차 불을 다루는 작업에서 전기제품을 이용한 일상적인 옷 관리로 바뀌었습니다.
스팀다리미, 그리고 달라진 옷 관리
오늘날에는 열뿐 아니라 수증기를 이용하는 스팀다리미도 흔합니다.
물을 가열해 만든 증기로 섬유를 부드럽게 하면서 주름을 펴는 방식이며, 옷을 걸어둔 채 사용하는 핸디형 제품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의류관리기처럼 옷을 직접 눌러 다리지 않고 스팀과 공기 흐름 등을 이용해 의류를 관리하는 가전제품도 등장했습니다.
숯불 → 전기 → 스팀과 자동화
로 열을 만드는 방법과 사용 방식이 달라진 것입니다.
작은 다리미에 담긴 생활의 변화
다리미의 변화를 살펴보면 기술이 일상의 작은 수고를 어떻게 줄여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숯불을 준비하고 열의 상태를 살피면서 옷을 다려야 했지만, 오늘날에는 원하는 온도를 설정하고 필요할 때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리미의 기본 목적까지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옷의 주름을 펴고 단정하게 관리한다는 목적은 그대로지만, 그 일을 하는 방법이 시대의 기술과 함께 달라진 것입니다.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청동다리미와 오늘날의 스팀다리미를 함께 생각해 보면 평범한 생활용품 하나에도 긴 시간 동안 이어진 한국인의 의생활과 기술 변화가 담겨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부엌에서 매일 사용해 온 칼과 조리도구를 통해 한국인의 식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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